AI 시대의 편견에 맞서는 윤송이, “인공지능도 사람처럼 배운다”

1985년, ‘과학상자’ 조립대회에 참가했던 초등학교 4학년 윤송이는 혼자뿐인 여자 참가자였다. 그때는 당연하게 여겼다. 이후 KAIST에서 공부하며 남학생 중심의 분위기에 익숙해졌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박사 학위를 딴 후 컨설팅 회사 매킨지에 입사해 300명에 달하는 남성 임원들 앞에서 발표를 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47세가 된 윤송이는 이제 엔씨소프트의 최고전략책임자(CSO)로 활동하고 있다. ‘AI 천재 소녀’라는 타이틀을 넘어, 그는 기업과 기술의 중심에서 새로운 시대의 조건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에서 윤송이는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주제는 “챗GPT 시대, 인간과 AI의 공존 조건”. 그 자리에서 그는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챗GPT가 내놓는 답변에는 인간이 가진 무의식적 편견이 녹아 있습니다. 그 이유는 AI가 학습한 데이터가 인간의 세계관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포럼 발표자 중 유일한 여성인 그는, 기술의 발전이 성별, 직업, 인종 등 인간 사회의 구조적 편견을 어떻게 반복할 수 있는지를 조명했다. 윤송이는 기술자이자 경영자로서,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사람 중심의 기술’을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경기도 판교의 엔씨소프트 R&D 센터에서 이뤄졌다. 건물 1층에는 윤송이가 2013년 설립을 주도한 사내 어린이집 ‘웃는땅콩’이 있다. 남성 비중이 높은 게임업계의 개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공간을 만든 것은 그만의 방식이었다.

― 2004년 <월스트리트 저널>은 윤송이를 ‘주목할 만한 세계 여성 기업인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이후 활동이 다소 뜸해진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는데.

“‘천재’도, ‘소녀’도 이제는 아니에요.(웃음) 지금도 경영과 전략 분야에서 가장 치열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CSO로서의 역할 외에도 북미 법인인 엔씨웨스트 대표, 그리고 엔씨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MIT 이사회에는 8년째 소속돼 있고,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 연구소 자문위원,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이사도 맡고 있습니다.”

그는 “엔씨소프트가 어떤 일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를 구분하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선 내부 검토 끝에 ‘아직은 이르다’는 결론을 내렸고, 인공지능 부서는 발빠르게 신설했다. 기술 흐름과 시장 상황을 동시에 이해하는 능력이 책임 있는 결정의 핵심이라는 것이 그의 경영 철학이다.

― 미국에서 엔씨웨스트 대표를 맡으며, 챗GPT의 등장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어떤 느낌이었나?

“정말 흥미로웠어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작년 11월 챗GPT를 세상에 내놓을 때 이 정도의 반응은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처음엔 데이터 확보를 위한 실험의 성격이 컸는데, 사용자가 몰리며 그 자체로 하나의 ‘제품’이 됐죠.”

그는 AI가 세상을 바꾸는 도구인 동시에, 인간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따라서 기술을 만들고 쓰는 사람들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AI는 사람처럼 배웁니다. 우리가 무엇을 가르치느냐에 따라, 어떤 세상을 반영할지 달라지는 것이죠.”
이 한마디에 윤송이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