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1일, 토트넘 홋스퍼는 루턴타운 FC와의 경기에서 후반 41분 손흥민이 터뜨린 결승골로 2-1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경기 막판 손흥민의 골이 승부를 결정지으며 팬들에게 짜릿한 순간을 선사했습니다. 이번에 맞붙은 루턴타운은 영국 런던 근교의 루턴(Luton)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으로, ‘낭만’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따라붙는 구단입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마침내 잉글랜드 1부 리그인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하며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적 같은 승격의 역사

루턴타운의 승격 과정은 기적적이었습니다. 1885년 창단된 이 팀은 오랜 기간 하부 리그를 전전하다가 1955-1956시즌 처음으로 1부 리그에 올랐습니다. 1958-1959시즌에는 FA컵 결승에 진출했지만, 노팅엄 포리스트에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다시 하부 리그로 내려간 루턴타운은 1981-1982시즌 1부 리그 복귀에 성공했고, 1987-1988시즌에는 리그컵 결승에서 아스널을 3-2로 꺾으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당시 브라이언 스타인의 후반 45분 결승골로 승리를 확정지으며, 잉글랜드 축구사에 남을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1992-1993시즌, 잉글랜드 1부 리그가 프리미어리그로 개편되었지만, 루턴타운은 1991-1992시즌 20위를 기록하며 강등되어 원년 멤버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이후 팀은 급격한 하락세를 겪으며 1996-1997시즌 3부 리그로 강등되었고, 2005-2006시즌 2부 리그인 챔피언십으로 올라왔지만 재정난에 시달리며 다시 하락했습니다. 결국 2009-2010시즌에는 세미프로 리그인 컨퍼런스 프리미어(현 내셔널리그)까지 추락했습니다.

그러나 루턴타운은 2014-2015시즌 4부 리그로 복귀하며 반등을 시작했습니다. 2017-2018시즌에는 3부 리그로 승격했고, 다음 시즌에는 우승을 차지하며 2부 리그로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즌 2부 리그에서 3위를 기록하며 승격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습니다.

승격 플레이오프의 감동적인 순간

PO 준결승에서 루턴타운은 리그 6위 선덜랜드와 맞붙었습니다. 원정 1차전에서 1-2로 패했지만,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결승에 올랐습니다. 결승 상대는 코번트리 시티. 정규 시간과 연장전까지 1-1로 팽팽히 맞선 두 팀은 결국 승부차기에 돌입했습니다. 루턴타운의 키커 6명은 모두 성공한 반면, 코번트리의 6번째 키커가 실축하며 루턴타운이 승격을 확정 지었습니다.

5부 리그까지 떨어졌던 팀이 9년 만에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하는 기적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통계 전문 업체 옵타에 따르면, 5부 리그에서 1부 리그까지 단 9년 만에 도달한 것은 1977년부터 1986년까지 윔블던 이후 처음입니다. 또한, 루턴타운은 비(非) 프로 리그에서 출발한 팀 중 최초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클럽이 되었습니다.

‘케닐워스 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작은 홈구장

루턴타운이 세운 또 다른 기록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작은 홈구장을 보유한 팀이라는 점입니다. 본머스를 제치고 가장 작은 경기장을 사용하게 된 루턴타운의 ‘케닐워스 로드(Kenilworth Road)’는 영국 축구 팬들에게 특별한 장소입니다. 이 경기장은 런던 루턴 기차역에서 서쪽으로 약 20분 거리에 있으며, 현지 팬들은 애칭 ‘케니(Kenny)’로 부릅니다.

뉴욕타임스는 “낡고 비좁은 케닐워스 로드는 루턴타운 홈 팬들에게는 자부심과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이 경기장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문제도 많습니다. 1905년 개장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시설이 노후화된 상태입니다. 1985년 FA컵 경기 당시 루턴타운과 밀월 팬들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해 80명 이상이 다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4년 동안 원정 팬들의 출입이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리버풀과의 홈 경기 도중 남자 화장실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경기장 안전 문제도 다시 논란이 되었습니다. 국내 축구 팬들은 당시 사진을 보고 “1990년대 한국 휴게소에서 보던 철판 소변기가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며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 필드에서도 같은 유형의 화장실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루턴타운의 도전은 계속된다

루턴타운은 지금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장해왔습니다. 한때 5부 리그까지 추락했던 이 팀은 다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비록 홈구장은 낡았지만, 이곳에서 펼쳐질 루턴타운의 새로운 역사는 축구 팬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